종보다 못한 왕
예레미야 37장 1절 예레미야

[종보다 못한 왕]
*잠깐묵상 | 예레미야 37장

"요시야의 아들 시드기야가 여호야김의 아들 고니야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으니 이는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이 그를 유다 땅의 왕으로 삼음이었더라"(렘 37:1)

시드기야, 그는 과연 왕이었을까요? 왕의 옷을 입고 왕의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시드기야는 꼭두각시였습니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세운 허수아비였습니다. 이것은 시드기야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현대판 시드기야가 얼마나 많을까요? 그토록 사람들이 한자리씩 꿰차고자 하는 자리가 시드기야의 자리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갑이 되고 싶어하지만, 이 시대에 과연 누가 갑일까요? 다들 돈의 갑질에 을노릇을 할 뿐입니다. 자본이 증식되지 않고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존립이 불가능합니다. 회사의 말단 사원이나 그 사원의 운명을 결정하는 CEO나 모두 을입니다. 이윤과 실적이라는 슈퍼 갑에게 복종하는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모두가 거대한 시스템의 동일한 부품입니다. 다만 조금 큰 톱니바퀴냐, 작은 톱니바퀴냐 차이입니다. 그래서 갑질이란, 진정 갑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내는 어설픈 갑 흉내입니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정도가 되면 진짜 왕 같을까요?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요? 왕조차도 당대의 지식과 규범, 언어, 문화, 이념과 사상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왕의 아들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왕이 되어야 하는 인생은 또 어떻습니까? 다른 인생을 살 수 없어 반드시 왕이 되어야만 하는 그 인생은 이미 권력의 시녀입니다. 왕이야말로 당시 권력 구조를 가장 충실히 내면화한 노예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빅 브라더(big brOTHER)마저도 대타자(the big Other)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내가 선망하는 왕좌는 어떤 자리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 자리에 앉으면 진정 왕이 될까요? 성경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인간은 왕이 될 수 없다” 인간이 왕이 되면 불행해집니다. 왕이 된 당사자는 아무것도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없어서 불행하고, 그 왕을 섬기는 사람들은 불행한 왕을 섬겨서 불행합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인간 왕을 허락하지 않으려 하셨겠습니까? 다윗은 자신이 왕이었지만, 왜 하나님만을 왕이라고 고백했겠습니까?

어쩌면 인간은 무언가의 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그 순간조차도 내가 나를 노예 삼고 마는 것이 우리입니다.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가짜 왕들에게 바쳤던 충성심을 거두고, 우리에게 참된 자유를 허락하는 하늘의 왕 앞에 서는 것입니다.

(잠깐묵상 오디오듣기⬇)
https://youtu.be/tW_wPb9ju6E?si=2HT_Ok5ZGPVbGlad

ddujju 작성 2025-08-18 17:09
수정 2025-08-18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