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기도를 멈추라
예레미야 7장 16절 예레미야

[당장 기도를 멈추라]
*잠깐묵상 | 예레미야 7장

“그런즉 너는 이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지 말라 그들을 위하여 부르짖어 구하지 말라 내게 간구하지 말라 내가 네게서 듣지 아니하리라”(렘 7:16)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명령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에게 기도는 생명줄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줄을 놓으라고 하십니다. 더 이상 들어주지 않겠다고 선언하십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기도마저 막으실 수 있을까요?

이 명령 앞의 내용을 보면 백성은 성전을 안전장치로 믿었습니다. 예배만 드리면 하나님의 보호가 보장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종교적 형식에 대한 맹신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것이 여호와의 성전이라 하는 거짓말을 믿지 말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도마저 금하신 것입니다.

아무리 간절해도 하나님이 듣지 않으시면 그것은 기도가 아닙니다. 반대로, 내가 기도라고 생각조차 안 했는데 하나님이 들으셨다면 그것은 기도입니다. 광야로 쫓겨난 하갈과 이스마엘은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셨습니다(창 21:17). 열두 해 혈루증 앓던 여인은 예수님께 간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만 댔을 뿐이었는데 병이 나았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구하기도 전에 있어야 할 것을 아십니다(마 6:8). 기도가 응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예레미야에게 기도를 멈추라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기도에 반성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선지자의 기도조차 듣지 않으신다면, 백성들의 형식적 기도를 과연 들으시겠냐고 그들의 기도에 반론을 제기하신 것입니다.

멈추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멈추어야 들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냥 부르짖기만 하던 기도를 때로는 그쳐야 제대로 된 기도를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이 무엇을 들으시는지에 관심이 없는 기도는 결국 자기 위안일 뿐입니다. 자기중심적이고 형식적인 기도는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일 뿐입니다. 하나님이 요청하신 것은 기도의 폐지가 아니라 기도의 점검이었습니다.

이사야 선지자에게도 하나님은 비슷한 얘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며 그들의 귀가 막히고 그들의 눈이 감기게 하라 염려하건대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 다시 돌아와 고침을 받을까 하노라”(사 6:10) 이것은 둘째 아들에게 집을 나가 마음대로 살아보라고 한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신앙을 회복하기 위한 강경한 조치로 신앙 없이 살아보라고 하신 것입니다. 눈이 감기고, 귀가 막혀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잘못 보고 잘못 듣고 있었는지 실감하는 것이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잠깐묵상 오디오듣기⬇)
https://youtu.be/2MbQqKrp21o?si=PqTLam7ZOztBKol_

ddujju 작성 2025-08-18 16:52
수정 2025-08-18 16:52